
느긋함
흥분하지 않는다는 건, 느긋하다는 것이다.
흥분하지 않는다는 건, 여유 있다는 것이다.
기분이 순간 나빠지는 경우, 화가 치미는 경우, 이성적으로 판단할 사이 없이 폭발하는 경우, 폭발한 후에는 결과가 어떻든 복잡해진다. 화를 내느냐 마느냐, 어느 쪽이 옳을까? 어느 쪽이 마음의 이득일까?
흥분은 자존감보다 빠르다.
순간의 흥분은 무시를 당한다는 생각과 느낌을 자주 떠올린 사람일수록 많아진다. 소심해서이든, 진짜 무시당하는 일이든, 흥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경험이 필요하다. 파전 해물전 닭고기전을 겪은 노인이 되면 잘 흥분하지 않는다.
아이고, 잘은 모르지만 뭔가 그렇게 됐나 보군요. 내가 먼저 사과할 테니 사장님도 화는 좀 푸셨으면 좋겠어요. 화가 나면 하루 종일 기분을 망치더라고요. 그렇지요?
경험 많은 어른들은 느긋하게 말을 달랠 줄 안다. 흥분 결과의 호된 경험이 교육되어 있다. 물론 소수의 노인은 그렇지 않다. 소리치고 난동 부린다. 창자가 꼬인 노인은 욕하고 화를 낸다. 늙음이 철든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는 탓이다.
마음이라는 것은 가득 찬 지갑이다.
그러나 현명하게 나이 든 노인은 세상이 짓밟거나 조롱해도, 흥분이란 놈이 이득 없다는 것을 안다. 이득이 없음을 각인했기에 '느긋하게 말하기, 여유를 건네며 말하기'를 안다. 물론 일부로라도, 흥분이 필요할 때가 있다. 화났음을 나타내야 할 때를 골라 일부러 화내는 일이라면 현명한 도구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나'라는 마음이 행복하고 느긋하면, 상대의 마음도 누그러지기 쉽다. 상대에게 나의 마음이 따뜻함으로 느껴지면 적대감은 확 수그러든다. 사람들이 따뜻한 난로를 향해 손바닥을 펴듯이, 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마음을 핀다.
그렇지만 느긋해도 따끈한 논리가 없으면 작품은 아니다.
느긋하게 말하기에는 세상을 대하는 좋은 마음이 필요하다. 힘들게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동정심, 대우받고 싶어 하는 사람을 인정해 주는 존중심, 다정한 마음이 필요하다. 난로는 급히 타오르지 않고 급히 꺼지지 않는다. 느긋하다. 그것을 기본으로 여유 있게, 느긋하게 말하는 마음은 아무나 획득할 수 없는 비싼 도구이다.
화낼 일을 찾으면 많다. 느긋한 마음은, 마음의 지갑에 '여유'라는 돈으로 채워져 있다. 마음을 돈으로 환산할 때 '여윳돈은 인'생의 재미이다. 그게 우아함이다.
어느 오후, 화낼만한 일이 있었는데, 마음의 여윳돈을 꺼낸 후 건네며 부드럽게 말했다.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아아, 오늘은 여윳돈으로 좋은 상황을 얻었네. 여윳돈을 쓰니 화날 일이 없네.
자꾸 여윳돈이 생기는 마음의 지갑을 체험하면, 감동한다.
"마음의 여윳돈이란, 참 재밌는 도구이구나"
누구나 얼른얼른, 마음의 여윳돈을 배우고 싶다. 그래서 촉박하지 않고 느긋하게 살고 싶다. 느긋함에는 경험, 즐거움, 유머, 철학, 여유가 들어 있다. 그게 우아함이다. 마음의 지갑에 가득 찬 '여윳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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